2009/11/03 09:01

[시론]미디어법, 공은 다시 국회로 one Law





미디어법, 공은 다시 국회로




 

필자는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이 있기 한달여 전인 9월19일 경향신문에 이 사건과 관련한 글을 기고한 바 있다. 이 글에서 헌재가 1997년 7월16일의 노동관계법 날치기 통과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사건에서 날치기 법 통과로 국회의장이 야당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법안 가결선포행위 자체는 위헌무효가 아니라는 이상한 결정을 내렸음을 지적하면서 “이 판결의 악몽이 이번에 재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은 바 있다.

“표결권 침해” 헌재 결정은 유효

그런데 지난 목요일, 헌재는 또 이런 과오를 반복했다. 즉, 미디어법 통과와 관련해 대리투표, 잘못된 재투표로 인한 일사부재의원칙 위반 등의 국회법 위반이 있었고 이 위법으로 인해 야당 국회의원들의 권한 침해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법안 가결선포행위 자체는 무효라 선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위헌, 위법 상태의 시정은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며 공을 다시 국회로 떠넘겨버렸다.

이런 헌재의 결정은 법리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이번에 국회의장의 잘못된 의사진행권 행사로 위반되었다고 헌재가 인정한 국회법 조항들은 헌법상의 기본원리인 의회민주주의 원리나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 조항을 구체화한 것들이어서 이 국회법 조항들을 위반하면 당연히 모법인 헌법을 위반하게 된다. 그리고 공권력이나 법률이 그 효력근거인 헌법에 위반돼 위헌이 되면 효력 근거의 상실로 무효가 되는 것은 법리적으로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위법한 권한 침해는 있었는데 무효는 아니라니, 법리를 떠나 건전한 상식으로도 이해 가지 않는 결정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권한쟁의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권한 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의 미디어법 가결선포행위라는 ‘처분’에 대해 위법한 권한 침해를 인정한 이상 무효선언을 해줬어야 마땅한 것이다. ‘국회의 자율권 존중’도 무효선언을 하지 않은 이유가 될 수 없다. 국회 자율권은 헌재가 과거 판시했듯이 “의사절차와 관련해 법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 그 한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지 이번처럼 국회법의 명문규정을 분명히 위반한 경우까지 적용되는 법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법상태 시정위한 재심의 필요

그러면 이제 국회를 포함한 다른 국가기관은 이 판결의 취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행해야 할 것인가. 헌재가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면서 “법안의 효력은 유효하지만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재의 결정도 유효하다. 앞으로 국회의장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밝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판결문에는 원래 판결의 결론에 해당하는 주문(主文)이 있고 이 주문이 판결의 법적 효력을 발생시킨다. 헌재가 주문에서 미디어법 파행통과가 위법한 권한 침해라는 점을 인정한 만큼, 이번 사건의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은 이 위법성을 치유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회법 규정들을 준수하는 미디어법안에 대한 재심의에 착수해야 하는 것이다. 헌재가 위법 상태의 시정을 국회 자율에 맡긴다고 했지, 국회가 위법 상태의 시정을 위한 재심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국민들의 시선이 헌재에서 다시 국회로 옮겨 갔을 뿐임을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임지봉ㅣ서강대교수·헌법학>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kitehana.egloos.com/tb/3410233 [도움말]

덧글

덧글 입력 영역


블로그 스티커 - idea